지난 일요일 대학 병원에 다녀왔다. 막내 처제가 첫딸아이를 입원시켰다는 기별을 받아서였다. 성인용 침대에 누워 있는, 난 지 여섯 달밖에 안 된 갓난애의 표정은 잔잔한 듯 했지만 숨소리는 그렇지 못했다. "이틀 내내 설사만 했어요. 제 탓인가 봐요." 그렇게 말하는 애 엄마가 앓고 있는 아기보다 더 수척해 보였다. 내가 처제를 처음 본 것은 처제가 초등학교 3학년인가 되었던 해였는데, 동글납작한 얼굴에 아주 야무지게 생겼었다. 가끔 우리 집에 들렀다가도 애들 병치레로 시달리는 자기 언니를 보면, "난 결혼 같은 건 안할거야. 애들은 왜 낳아가지고 고생이지"하고 볼멘소리를 하던 처제였다. 그런데 그 앳된 심술꾸러기는 어디를 가고 겸허한 얼굴의 한 '어머니'가 거기 서 있는 것이었다. "글쎄, 애가 굶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