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을 가꾼 지 여나믄 해, 엄지 손가락만 한 뿌리를 얻어 심었을 때는, 이놈이 언제 자라서 꽃을 피우나 싶어 조바심이 났지만 해를 거듭할 수록 자꾸 불어나서 이웃과 친지들에게 나누어 주고도 지금 내 돌확은 수련으로 넘친다 나눌수록 커지는 것은 사랑만이 아닌 것 같다 게다가 가져간 분들로부터 첫 꽃이 피었다는 전화라도 오는 날엔 시집간 딸애의 득남 소식이 이렇지 싶을만큼 내 마음은 기쁨으로 넘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때도 있다. 말려서 죽이거나, 아니면 얼려서 죽이는 사람도 있다. 그런 때는 소박맞은 딸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난을 탐내는 사람은 많아도 제대로 기르는 사람은 드물더라는 가람선생의 말씀이 그때마다 귀에 새로웠다. 수련은 유월과 구월 사이에 핀다. 수면 위에 한가롭게 떠 있는 잎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