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모든 보자기엔 비밀이 숨어 있다.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당장엔 알수 없다. 무명의 평범한 보자기건, 색색의 비단으로 만든 보자기건, 공장에서 획일적으로 찍어낸 값싼 보자기건 상관없다. 모든 보자기는 알맹이를 숨기고 , 감싸며, 비밀을 발설하지 않을 임무를 가지고 태어난다. 보자기로 싼 한 꾸러미의 세계가 눈앞에 놓여 있다고 상상해보자. 알맹이를 '짐작'하며 , 천천히 보자기의 매듭을 끌러보기 전에는 보자기 안의 세계를 알 수 없다. 보자기는 알맹이가 입은 최후의 보루, 불투명하고 단정한 옷, 안의 세계와 바깥 세계를 만나게 하는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문'이다. 펼치고,덮고, 싸매고, 숨기고, 담고, 나르고,보관하고, 기다리고, 전하는 일로 보자기는 생을 보낸다. 무용한 보자기는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