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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에 3

93세 할머니를 만나고

.. .. 시계를 꼭 쥐고 내게 오셨다. '내가 언제 왔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 하며 소녀처럼 맑게 오셨다. 중년의 걸음으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서 30분정도 걸려 걸어오느라 힘드셨다. 그래도 꼭 내게 오신다. 밧데리를 가는 동안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80대 인줄 알았다 하니 미소를 지으신다. 어쩌면 그리 곱게도 늙을수가 있을까 싶었다. 구십이 넘었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입이 벌어졌다. 신체도 단단해 보였고 얼굴의 미소는 정말 예뻤다. 닮고 싶다 말씀드리니 고맙다 하신다. 평생의 군인의 아내로 살았고 10년전에 할아버지를 보내드렸고 자식은 딸셋에 아들은 둘이 있고 간호사 막내딸이 이런저런 걸 다 봐주고 가끔 찾아와 엄마 얼굴을 부비는 나이든 아들도 있다며 얘기를 하시는데 미소를..

글쓰기 2024.04.06

'아무튼, 봄 ' 희망편지

.. .. "서둘러핀 꽃은 서둘러 사라진다. 봄에 핀 꽃은 봄이 가면 시들고, 여름꽃이 지면 가을꽃이 핀다. 인생 사계절에 빗댄다면 나는 봄여름 다 지내면서도 꽃을 피우지 못했다. 마흔다섯 살에 노래를 하기 전까지는 좌절하고 방황하며 나의 꽃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열댓 번 직업을 바꾸면서도 내안의 작은 씨앗하나는 버리지 않았다. 노래를 부르며 살고 싶다는, 막연하지만 막을 수 없는 꿈이었다. 마치 모래알을 삼켜끝내진주를 품는 조개처럼, 쓰리고 아파도 목울대 아래 돌멩이 하나 삼킨 채 인생의 봄날이 청춘을 다 흘려 보냈다. 그러나 꿈이 있었기에 시간을 쪼개서 노래를 배웠고, 어려서부터 좋아한 우리 전통 소리인 피리와 대금, 태평소 등도 배웠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이런 시간이 차곡 차곡 쌓여 내 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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