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아껴야 안에 고이는 것이 있다 옛 전시 도록을 뒤적이는데, 추사의 대련 글씨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옆에 쓴 글씨의 사연이 재미있다. 유산酉山대형이 시에 너무 빠진지라, 이것으로 경계한다. 유산은 다산의 맏아들 정학연이다. 아버지가 강진으로 유배간뒤 그는 벼슬의 희망을 꺾었다. 다산은 폐족廢族이 된것에 절망하는 아들에게 학문에 더욱 힘쓸 것을 주문했지만, 그는 학문보다 사문에 더 마음을 쏟았다. 추사는 그와 막역한 벗이었다. 추사가 정학연에게 써준 시구는 이렇다. 구절을 얻더라도 내뱉지 말고 시 지어도 함부로 전하지 말게. 마음에 꼭 맞는 득의의 구절을 얻었더라도 꾹 참고 뱃속에만 간직하고, 흡족한 시를 지었다 해도 세상에 함부로 전하지 말라는 얘기다. 정색의 말이라면 들은 상대가 대단히 불쾌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