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리고 나서부터 개울가에는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나무들도 그동안 걸쳤던 옷을 훨훨 벗어 버리고 알몸으로 의연히 서 있다. 말그대로 낙목한천落木寒天의 계절. 오늘은 마음을 내어 대청소를 했다. 구서구석 쓸고 닦고 여기저기 널려 있던 것들을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치우고 더러는 미련없이 버렷다. 버리지 않으면 그 더미에 사람이 매몰된다. 난로에 쌓인 재를 쳐내고, 추녀 밑에 장작을 날라다 놓았다. 불단의 향로에 쌓인 향 끌텅도 채로 걸러 내고 집 안으로 끌어들였던 물줄기도 얼어붙기 전에 미리 끊었다. 그리고 머리 무겁고 귀찮으 철 지난 옷가지들을 치우고 겨울철에 걸칠 옷들을 꺼내 놓았다. 중노릇 중에서 가장 귀찮고 머리 무거운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지체없이 철 따라 옷가지를 챙기는 일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