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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에도 동요치 않는 담담한 마음을 가지는 것/미산스님

다림영 2023. 4. 23.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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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가 '영원히 있다'라는 주장도 하나의 극단이고, 일체가 '완전히 없다'라는 주장도 또 하나의 극단이다. 나는 이 두 가지 극단을 버리고 중도를 말한다. 중도란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붓다에 의하면 바른 견해란 중도이며, 중도는 연기적 관점을 확보하는 것이다. 연기론으로 보면 '있다-없다'의 현상은 상호의존적으로 공간에 존재하는 것이고, 생성과 소멸의 현상은 조건발생적으로 시간속에서 흐르는 것이다. 

붓다는 연기중도적 관점으로 생명 현상을 바라본다. 공간과 시간 속에서 상호의존과 조건 발생을 무스히 반복하면서 삶이 만들어지고 흘러가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모든 생명은 행복을 원한다. 행복은 매 순간의 연기중도적 과정속에서 만들어진다. 어떤 차원의 행복이든 행복이라는 실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최상의 행복경]에서 붓다는 "세상의 어떤 일에도 동요치 않는 담담한 마음으로 살아가니 탐욕도 슬픔도 없이 안온하고 늘 안정감으로 충만한 행복한 삶이 지속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순경과 역경의 팔풍 속에서 진정한 행복은 처음과 중간과 끝을 포함하여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은 연기중도적 과정에서만 드러난다. 일이 잘 풀린다고 행복에 겨워 빠져 있지 않고 , 일이 막혀 풀리지 않는다고 답답해하지도 않는다. 

중도적 행복을 실천하는 사람은 불행을 피하지도 않고 행복을 붙잡지도 않는다. 다만 지금 여기에서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며 누리고 만족하는 것이다. 

 

풍요로움과 평화가 넘치고 만족과 감사의 마음이 충만한 중도적 행복은 사랑과 친절과 연민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중도적 행복을 나누기 위해 붓다는 세상에 대한 연민으로, 신과 인간의 유익함과 안녕과 행복을 위해서 처음도 중간도 끝도 좋은법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라고 했다. 이를 진정한 행복주의라고 할 수 있다.

 

중도적 행복의 삶은 지금 여기에서 언제나 온전하다. [잡보장경]에 는 중도적 삶의 태도에 대한 실질적 지침을 다음과 같은 시로 정리하고 있다.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자기가 아는대로 진실만을 말하며

주고 받는 말마다 악을 막아 듣는이에게 편안함과 기쁨을 주어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라.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가 명확할 대 과감히 행동하라.

제 몸 위애 턱없이 악행하지 말고 핑게대어 정법을 어기지 말며

지나치게 인색하지 말고 성내거나 질투하지 말라.

이기심을 채우고자 정의를 등지지 말고 원망을 원망으로 갚지 말라.

위험에 직면하여 두려워 말고 이익을 위해 남을 모함하지 말라.

객기부려 만용하지 말고 허약하여 비겁하지 말며

지혜롭게 중도의 길을 가라.

 

이것이 지혜로운 이의 모습이니

사나우면 남들이 꺼려하고나약하면 남이 없신여기나니

사나움과 나약함을 버리고 중도를 지켜라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티산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임금처럼 위엄을 갖추고 구름처럼 한가로워라.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

재물을 오물처럼 볼 줄도 알고 터지는 분노를 잘 다스려라.

때로는 마음껏 풍류를 즐기고 

사슴처럼 두려워할 줄 알고 호랑이처럼 무섭고 사나워라.

때와 처지를 살필줄 알고 

부귀와 쇠망이 교차함을 알라.

이것이 지혜로운 불자의 삶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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