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에 좋은 물건이라곤 단지 [맹자]일곱 편뿐인데,
오랜 굶주림을 견딜 길 없어 2백전에 팔아
밥을 지어 배불리 먹었소. 희희낙락하며 영재유득공에게 달려가 크게 뽐내었구려.
영재 유득공의 굶주림 또한 하마 오래였던지라,
내 말을 드더니 그 자리에서 [좌씨전]을 팔아서는
남은 돈으로 술을 받아 나를 마시게 하지 뭐요.
이 어찌 맹자가 몸소 밥을 지어 나를 먹여주고
좌씨가 손수 술을 따라 내게 권하는 것과
무에 다르겠소. 이에 맹자와 좌씨를 한없이 찬송하였더라오.
그렇지만 우리들이
만약 해를 마치도록 이 두 책을 읽기만 했더라면
어찌 일찍이 조금의 굶주림인들 구할 수 있었겠소.
그래서 나는 겨우 알았소책 읽어 부귀를 구한다는 것은 모두
요행의 꾀 일 뿐이니.
곧장 팔아 치워 한 번 거나히 취하고
배불리 먹기를 도모하는 것이 박실撲實함이 될 뿐 거짓 꾸미는 것이 아님을 말이오.
아아 ! 그대 생각은 어떻소?
이서구에게 보낸 편지다. 주림을 견디다 못해 손때에 절은 [맹자]를 잡혀 오랜만에 온 식구들이 굶주린 배를 채웠다. "여보게! 이사람. 오늘은 맹자가 내게 밥을 지어주네 그려." 그길로 친구 집에 달려가 툭 던지는 말이다. 이미 양식 떨어진 자가 여러날째이던 유득공도 제 아끼던 [좌씨전]을 내다팔아 쌀 사고 남은 돈으로 막걸리를 받아와 친구에게 따라주는 것이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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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아침 눈을 뜨고 언제부터 이덕무의 책을 들여다 보아야 하는데 이제 펼친다.
사들인 책은 옆에 쌓아두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만 들여다 보고 있고...
욕심으로 물든 나를 본다.
앞장의 이 편지를 몇번이나 들여다 본다.
이덕무는 그렇게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가졌고
나는 이른 시간에 예전부터 좋아했던 이덕무에게 마음이 건너가
오늘은 무슨수가 있어도 '그와 얘기해야지' 한다.
현실의 친구라 얘기할 만한 사람 하나도 없지만
그것은 내가 그들에게 친구가 되어주지 못한 까닭이고
책속의 오래된 친구를 만나니
누구도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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