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문후가 잔치를 베풀어 대부들에게 자신을 솔직하게 평가해 보라고 했다. 모두가 문후의 마음에 들게 하는 말하는 중에 임좌(공숙좌)의 차례가 되었다.
"임금님은 어리석은 군주입니다. 중산국의 왕에 임금님의 동생을 보내지 않고 아들을 보내셨으니 이것이 바로 어리석은 증좌입니다."
문후가 불쾌해 하자 임좌는 그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 적황의 차례가 되자 적황이 말했다.
"임금님은 현명한 군주입니다. 제가 듣기로 군주가 현명하면 그 신하의 말도 정직하다고 합니다. 임좌의 말이 정직한 것을 보면 임금님이 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적황은 단 한 마디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 마디의 말로 충신을 살렸고, 충신을 죽일 뻔한 군주의 마음을 돌이켜 다시 훌륭한 임금으로 돌아오게 했으며, 그것을 통해 나라도 보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하나도 남김없이 분명히 전달했다. 임금의 마음을 어지럽혔던 말과 똑같은 의미의 말을 하면서도 조금 다르게 접근함으로써 결국 얼어붙은 상황을 부드럽게 녹였고 비극으로 끝날 뻔한 상황을 해피엔딩으로 만들었다.
..
분위기가 얼어붙었을 때 그것을 반전시키는 한 마디는 정말 소중하다. 링컨이 "말은 힘이 있다"고 한 것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에 없는 말이나 틀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올바른 말을 하면서도 지혜롭게 말함으로써 상황을 반전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다.
"문장이 경지에 이르면 별다른 기발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적절할 뿐이고, 인품이 경지에 이르면 별다른 특이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자연스러울 뿐이다."<채근담>에 실려 있는 말이다.
말도 마찬가지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남다른 것, 특이한 것이 아니다. 지나치게 남다른 것을 추구하다 보면 오히려 보편성을 잃고 복잡해지고 만다. 말을 잘하는 것은 상황에 맞는 말을 적절한 때에 할 수 있는 것이다. 거짓을 말하지 않고도 상대에게 거북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상대가 기분을 상하는 것이 아니라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말의 힘이고 , 경지이다.
p294
긍정의 말은 힘이 있다
유방은 장년이 되어 사상 지방의 정장(작은 마을을 다스리는 벼슬)이 되었다. 그는 함양으로 일을 나갔다가 진시황의 행차하는 장면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아, 대장부라면 의당 이래야 할 것이다!"
..
사람들과나누는 대화의 기술은 중요하다. 하지만 평소에 하는 혼잣말도 정말 중요하다. 대화는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이지만 혼잣말은 자신과 나누는 대화이다. 대화는 내 입에서 빠져나가는 말이지만 혼잣말은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꿈과 미래를 자신에게 다짐하며 세상을 향해 선포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에게는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적인 말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항상 큰 미래를 꿈꾸는 말을 해야 한다.
<탈무드>는 말한다. "남의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도 자기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잘 들어라."p300
모든 패를 다 내보이지 마라
위나라의 조조와 촉나라의 유비가 한중 땅을 놓고 싸울 때의 일이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조조가 고민에 쌓여 있는데 한부하가 다음날의 계획을 묻기 위해 조조를 찾아간다. 그 때 조조는 '계륵이라는 한 마디만 한 채 말을 하지 않았다.
부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듣지 못하고 돌아갔고, 그 말을 들은 다른 부하들 역시 그 뜻을 알지 못해 당황해 하고 있었다. 그 때 조조의 책사 양수는 조조의 속마음을 읽고 "내일은 철수 명령이 있을 테니 준비를 하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해석은 "닭의 갈비는 먹음직하지는 않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것이다. 한중은 버리기는 아깝지만 대단한 곳은 아니니 아마 내일이면 버리고 돌아간다는 명령이 떨어질 것이다." <후한서>
..
..
주위에 혹시 양수와 같은 사람이 있지는 않은가? 남다른 머리와 재치, 그리고 폭넓은 지식을 갖추고 있지만, 단 한 가지 자신의 입만은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 너무 가벼운 말과 아무것도 속에 넣어두지 못하는 경박함으로 인해 자신의 앞길을 막아버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입만 다스릴 수 잇다면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을 텐데 오직 그것 하나가 부족하여 해야 할 큰일을 마치기 전에 목숨을 잃고 마는 어리석은 사람.
<밍심보감>에는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입을 지키기를 병마개를 막듯이 하고, 생각 지키기를 성을 지키듯이 하라."
양수는 이 말을 명심해야 했다.
314p
<논어>계씨편에는 "말할 때가 되지 않았는데 말하는 것을 조급하다고 하고, 말할 때 말하지 않는 것을 숨긴다고 하고, 안색을 살피지 않고 말하는 것을 눈뜬 장님이라고 한다"라고 실려 있다. <명심보감>에서는 "입과 혀는 재앙과 근심의 문이요, 몸을 죽게 하는 도끼이다"라고도 한다.
뛰어난 실력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 '말'로 인해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말'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그래서 "군자는 말을 아끼고 소인은 말을 앞세운다<예기>"라고 하는 것이다. p318
책 <말 공 부 중에서>
'오늘의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디오북 ‘고전을 읽다’ 아Q정전 (0) | 2015.01.14 |
---|---|
오디오북 '고전을 읽다' 오만과 편견 (0) | 2015.01.12 |
'고전을 읽다', 그리스인 조르바 - 1편 (0) | 2015.01.02 |
EBS 고전읽기-어린왕자 1 (0) | 2014.12.18 |
EBS오디오북-법정스님 무소유 2 (1) | 2014.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