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음절에 반하다

봉숭아

다림영 2014. 8. 1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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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나자 선선한 밤기운으로 가을이 멀지 않음을 느끼는 날들이다

한가한 저녁 불현 듯 들려온 노래 봉숭아’...

우리집에도 봉숭아는 늘 장독대 옆과 앞뜰에 그렇게 붉게 피어 있었다.

뒷집 친구는 언니가 둘이나 있어서 봉숭아 물을 참 예쁘게 들이곤 했는데

맞이인 나는 늘 허옇게 들어 미웠다.

엄마는 백반을 마련하지 않고 소금 약간 넣어 콩잎으로 싸매주곤 했다.

언니 하나 오빠 하나 만들어 주지 않았다고 엄마에게 투정하던 어린 내가 보이는 노래..

지금은 아침녘에 동네 한 바퀴 돌며 모아놓은 봉숭아를 냉동실에 넣어두고

일년 내내 백반을 듬뿍 넣어 손톱은 두고 발톱에만 물을 들인다.

명년엔 가게 앞뜰에 천일홍은 두고 봉숭아 씨앗을 뿌려볼까?

오래된 노래인데 들어도 들어도 참 좋다.

식구들 평상위에 모여 앉아 옥수수와 감자를 맛나게 먹던

어린시절의 별이 쏟아지던 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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