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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일기/이해인

다림영 2011. 2. 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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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먼 길을 가려면

작은 기쁨들과 친해야 하네

아침에 눈을 뜨면

작은 기쁨을 부르고

밤에 눈을 감으며

작은 기쁨들을 부르고

자꾸만 부르다 보니

작은 기쁨들은

이제 큰 빛이 되어

나의 내면을 밝히고

커다란 강물이 되어

내 혼을 적시네

내 일생동안

작은 기쁨이 지어준

비단 옷을 차려입고

어디든지 가고 싶어

누구라도 만나고 싶어

고맙다고 말하면서

즐겁다고 말하면서

자꾸만 웃어야지

 

나의시<작은 기쁨>

 

새해 새봄을 맞으며 "행복하세요!" "기쁘고 즐거운 시간 보네세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하는 덕담을 수도 없이 들었다 올 한 해 내가 결심한 것 중의 하나는 하루 한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작은 기븜들을 많이 ㅁ나드는 것이다. 결심하고 다짐한다고 해서 기븜이 오는 것일까 반문할지 모르지만 의식적으로 노력하다 보면 참으로 많은 기쁨들이 여기저기서 달려오는 것을 본다.

 

하루에 눈을 뜨면 아직 내 심장이 뛰고 있고 숨을 쉬는 것에 대하여 새롭게 감사하고 기뻐한다. 기도 시간에 기억할 사람이 많은 것도 새롭게 기뻐하고, 식탁에서는 소박한 상차림이지만 하루 세끼 굶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은혜를 새롭게 기뻐한다 마주 앉거나 옆에 앉은 동료의 나와 다른 점을 재미있게 받아들이며 기뻐한다.

짬짬이 좋은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산책도 할 수 있는 휴일의 시간을 늘 처음인 듯 설레며 기뻐한다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손님들이 더러는 나늘 힘들게 하여도 이 만남을 통하여 어떤 숨은 뜻을 알아듣고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기뻐한다.

 

마음에 드는 사람만 사랑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마음에 안들고 성격도 안 맞고 하는 일마다 못마땅하게 생각되는 어떤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서 그것이 사랑으로 변할 수 있다면 참으로 아름다운 승리가 아니겠는가?

 

나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때로는 내 맘에 안 드는 사람을 진정으로 환대하고 받아들일 때 서로 막혀 있던 통로가 트이고 조그만 사랑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이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음을.....

 

나는 수도자의 신분이다보니 여행길에서도 종종 사람들로부터 축복기도를 해 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하는데 이제는 무조건 못한다고 피할 것이 아니라 아주 평범하고 간단한 표현이라도 하려고 마음 먹는다. 대학에 입학했거나 갓 결혼한 이들에겐 새 출발의 기쁨을 , 아픈 이들에겐 치유의 소망을, 여행하는 이들에겐 안전한 귀가를 기원하는 말을 해 주면 될 것이다.

 

며칠전 모처럼 높은 산에 올라갔다. 사람들이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자리에 주의 사항 두 개가 붙어 있는데 한 곳에는 "열 사람이 줍기보다 한 사람이 안 버리기" 또 한 곳에는 "마음의 지꺼기만 버리고 가십시오"라고 씌어 있었다 어느 절에는 "아니 온 듯 다녀가시옵소서"라고 적혀 있다더니.... 단순히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 ,"엄벌에 처함"이란 말보다는 얼마나 정겹고 따뜻한 표현인가!

 

근래에 우리 집에 오신 어느 사제께서 누구의 재능과 장점을 말할 때면 꼭 "그분의 좋은 점은 우리를 위해서도 특별한 선물이지요!" 하는데 그 표현이 따뜻하고 좋았다. 나도 사람들을 만나면 언제나 격려하고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축복의 말을 해 주어야지 다짐해 본다.

 

좋은 말, 긍정적인 말, 밝은 말을 더 많이 하고 사는 새해 새봄이 되길 기도한다 입만 열면 다른 이를 비방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입만 열면 다른 이의 좋은 점을 말하고 비난보다는 격려의 말을 하고 누가 험담을 할라치면 오히려 덮어주거나 변명해 주려고 애쓰는 이들의 모습도 있다.

 

 

한마디의 친절한 말은 의기소침한 사람들에게 격려를 준다.그리고 잔인한 말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무덤에 가는 날까지 흐느껴 울게 만든다.실없이 청찬하면 말이 무게를 잃는다. 근거 없이 비방하면 비난이 내게로 돌아온다. 지위가 높은 사람의 한마디는 아랫사람의 인생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좋은 말도 가려서 하고 충고도 살펴서 하라.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박힌다 뜻없이 한 행동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말과 행동이 사려 깊지 못해 원망을 사고 재앙을 부른다.

다산 정약용의 어록에서

 

비가 온 후도 아닌데 아침엔 쌍무지개가 떠서 침묵해야 하는 수도원 복도에서 다들 환호성을 지르며 야단이었다 혼자 보기 아깝다며 다른 이들을 부르고, 즐겁게 웃고.... , 아름다움은 우리를 묶어 주는 힘이 있다. 비 내린 뒤에 다시 보는 눈부신 햇빛,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에 종종 눈물이 날 적이 있다.

 

아침엔 설거지하다가 해 뜨는 광경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표현이 없어 안타까웠다. 그냥 아아! 하기만 할 뿐.... 요금 부산의 하늘은 얼마나 맑고 투명한지! " 밤에는 별들도 유난히 반짝이고, 날씨가 차가울수록 하늘과 바다의 빛깔도 더욱 푸르네." 날마다 새롭게 감탄을 하면서 즐기고 즐기면서도 감탄한다. "정원에 나가 봄을 준비하는 꽃나무들에게도 인사해야지."

 

적당히 숨기려 해도

자꾸만 기쁨이 웃음으로

빠져 나오네

억지로 찾지 않아도

이제는 내 안에

뿌리박힌 그대

어디에 있든지

누구를 만나든지

내가 부르기만 하면

얼른 달려와 날개를 달아 주는

얼굴 없는 나의 천사

고마운 기쁨이여

 

나의시<고마운 기쁨>

 

책 <괜찮아, 살아있으니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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