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 詩

추억을 위한 레시피/정경란

다림영 2010. 10. 2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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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위한 레시피

 

정경란

  

 

  오늘의 요리법은 굽기예요 당신은

  여태 버리지 못한 아픈 기억

  하나만 들고 오세요

 

  제대로 굽기 위해선 불 조절이 중요해요.

  너무 센 불에 두면

  프라이팬이 먼저 타버리지요

 

  아픈 기억도 어쩌면 서두른 탓인지 몰라요

  상대방이 마음의 문을 열기도 전에

  너무 뜨거워진 당신을 들켜버린 건 아닌지

 

  저요?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숯이 된 기억들을 버리면서

  후다닥 해결 할 수없는 것들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겉이 먹음직스러우면 속이 날것이고

  속이 익었다 싶으면 겉은 까맣게 타버리지요

  

  저 여린 불꽃을 봐요

  단단한 기억의 육질을 서서히 누그러뜨리는

  은근함을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적당한 온도가 필요한가 봐요

 

  구수한 추억을 원한다면 먼저

  당신의 심지를 조절하세요

 

-----

 

 

레시피를 들여다보며  맛난 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요즘이다.

너무 달아도 맛이 없고 약간의 소금으로 깊은 맛을 내야한다.

불이 너무 세어도 안돼고 반죽이 질어서도 그르친다.

오늘 내가 만든 콩떡은 소금이 너무 들어갔다.

고슬고슬 찌기는 잘 되었는데 실패한 것이다.

 

구수한 추억을 만들며 아름다운 인생을 그리고 싶었다.

나는 심지를 조절하지 못해서 적당한 온도를 만들지 못하고 태워버렸다.

 

한번 실패를 했으니 내일은 레시피를 잘 들여다 보고

맛난 떡을 만들수 있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적당한 온도로 유지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어느덧 지천명의 나이에 들어섰다.

고요함의 깊이와 평화로움을 알게되었다.

사람과 사람과의 추억을 위한 레시피를 지킬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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