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조금더 쉽게 견뎌내기 위해 얼른 손에 집어들었던 책이다.
예전에도 읽었지 싶었지만 아무런 내용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삶을 조금더 수월하게 견뎌내는 것은 그만두고서
이책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았다.
헷세의 그림같은 수필을 나는 좋아한다.<정원얘기.. 저녁구름...>
그러나 이 책은 너무나 사소하기도 한 이야기들이어서인지
아니면 문화적인 차이이여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워낙에 차원이 있는 글이어서인지
나는 어렵사리 읽어냈다.
다시 읽으려 몇번씩 뒤적여 보나 끝까지 가지 못하고 덮고 말았다.
내 손길을,눈길을 ..
목을 있는대로 빼고 기다리는 책들이 있기에..
"화요일에 할 일을
목요일로 미루는 일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사람이 나는 불쌍하다
그는 그렇게 하면 수요일이 몹시 유쾌하다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한다."
훗후...
이런 말씀을 하는 헷세를 나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가끔 이말씀을 따라 오늘의 질서를 과감히 던지는 것이다.
한때 유쾌하고 싶어서 말이다.
매일 하는 운동을 금요일이면 거른다거나
괜스레 슴슴한 生에 심취하여
와인을 한잔 가득 붓고는 분위기를 있는 한 껏 잡는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어쩌다 한번이라도 마음담긴 메시지를 절대 주지 않는
냉정한 친구들에게 모른척 눈 딱 감고 환한 메시지를
아무렇지 않은듯 날려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는 몇며칠 겹겹의 엎어진 마음을 이리뒤집고 저리 뒤집으며
꽁꽁 묶기까지 하는 것이다.
훗..
표지가 제법 달아버린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헷세의 <삶을 견뎌내기>..
아마도 그의 이름으로 많이 빌려가나보다.
책의 겉표지에서는 커피향이 새어나올것만 같다.
이책을 읽은이들과 조촐한 차한잔을 앞에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만 하다.
내게는 어려운 책을 나는 견뎌냈다.
삶을 견뎌내는 것이란 책을 견뎌내는 것과도 같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