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世說新語-조선일보 4/9 여지餘地 "사람이 발을 딛는 것은 몇 치의 땅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짧은 거리인데도 벼랑에서는 엎어지거나 자빠지고 만다. 좁은 다리에서는 번번이 시내에 빠지곤 한다. 어째서 그럴까? 곁에 여지餘地가 없었기 때문이다. 군자가 자기를 세우는 것 또한 이와 다를 게 없다. 지성스러운 말인데도 사람들이 믿지 않고, 지극히 고결한 행동도 혹 의심을 부른다. 이는 모두 그 언행과 명성에 여지가 없는 까닭이다." 중국 남북조 시대 안지추顔之推가 지은 '안씨가훈顔氏家訓'중 '명실名實'에 나오는 말이다. 여지의 유무에서 군자와 소인이 갈린다. 사람은 여지가 있어야지, 여지가 없으면 못쓴다. 신흠申欽1566~1628이 '휘언彙言'에서 말했다. "군자는 늘 소인을 느슨하게 다스린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