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잡한 일상에서 조촐한 삶을 꿈꾼다. 명나라 사람 도륭의 [청언]몇 칙을 골라 읽는다. 늙어가며 온갖 인연이 모두 부질없음을 자각하게 되니, 인간의 옳고 그름을 어이 상관하겠는가? 봄이 오매 그래도 한 가지 일에 마음이 끌리니, 다만 꽃이 피고 시드는 것이라네. 부지런히 인맥을 관리하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소중히 하며 살았어도 문득 돌아보면 덧없다. 제 한 몸 옳게 간수하기도 버겁다. 내가 옳다 해도 옳은 것이 아니요, 내가 그르다 해도 남들은 수긍하지 않는다. 세상일에 옳다 그르다 말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봄이 오면 자꾸 화단의 꽃 소식에 마음이 이끌린다. 오늘 막 핀 꽃이 밤사이 비바람에 꺾여 땅에 떨어지지나 않았을까 자꾸 신경이 쓰인다. 세상을 향한 관심을 조금씩 거두면서 주변의 소소한 것들에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