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 번째 장미 남대문 꽃시장에 간 것은 네 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세 시면 파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그리 되고 말았다. 생각했던 대로 꽃가게들은 거의 문을 닫은 뒤였다. 살 형편도 못 되면서 보석가게 앞에서 공연히 서성거리다가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낸 것이 잘못이었다. 불이켜져 있는 집은 대여섯 집,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노랑 장미를 살 생각이엇다. 그러나 다 팔리고 없었다. 대신 분홍 장미를 사기로 했다. 열송이 한 다발에 4000원이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서른하고 한 송이니까 세 다발을 사고 한 송이는 덤으로 받으면 꼭 맞아 덜어지는 셈이었다. 지갑을 꺼내면서 꽃집 주인에게 말했다. "아주머니, 세 다발을 주세요." 아주머니가 꽃을 싸고 있었다. 이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