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옥편 ㅣ김영사 ㅣ김성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과교수.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졸업.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중국고전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두보, 이백 , 도연명등의 중국문학에도 공맹과 노장을 비롯한 동양사상, 사기 한서등 사서까지 근 30년간 한결같이 인문고전 연구를 지속해왔고 그 결과물을 보다 많은 이와 공유하기 위해 저술과 방송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
리더의 옥편 정본완역 두보전집 에도 참여. 김성곤의 중국 한시기행, 김성곤의 한시산책, 중국인문기행, 중국명시감상, 중국명문감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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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극생비 樂極生悲
즐거움이 극하면 슬픔이 생겨난다
'계영배'戒盈杯라는 특별한 술잔이 있다. 계영은 "가득채우는 것을 조심한다"는 뜻이다.
이 잔은 적당량의 술을 채우면 술이 그대로 남아 있지만 가득 채우면 술이 모두 빠져나가게 만들어져 있다. 이는 변기의 구조에서도 확인이 가능한 사이펀siphon의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잔 중심에 속이 빈 기둥이 하나 있어 술로 잔을 가득 채우면 이 기둥을 타고 술이 모두 밖으로 흘러나간다. 조금 더 마시려고 욕심을 냇다가는 아예 한 모금도 마실수 없게 된다.
조선 역사상 전무후무한 거상 임상옥은 이 게영배를 늘 곁에 두고 과욕을 경계했다고 전해진다. 사실 과욕은 술뿐만 아니라 인생의 모든 부면部面에서 경계해야 할 것이다.
순우곤의 희한한 주량
사기 골계열전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위왕은 유난히 음주가무를 즐기는 군왕이었다. 어느해 초나라 군대가 쳐들어 왔다. 위왕은 급히 순우곤이라는 신하를 조나라에 보내 원병을 청했다. 순우곤의 능수능란한 언설에 설득된 조왕이 10만 대군을 파견하니 초나라 군대는 퇴각하고, 제나라는 다시 평안을 찾았다.
위왕이 크게 기뻐하며 즉각잔치를 열어 순우곤의 노고를 치하했다. 잔치가 무르익을 무렵 위왕이 순우곤에게 물었다.
"선생은 술을 얼마나 마시면 취합니까?"
순우곤이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한말 술에 취하기도 하고, 열말 술이 되어야 취하기도 합니다. "
여기서 한 말은 약 2,000cc분량이다. 당시 술은 도수가 낮아서 막걸리와 비슷했다.
위왕이 재차 물었다. "술 한말이면 취한다면서 어떻게 열말이나 마실 수 있단 말입니까?"
순우곤이 의미심장하게 대답했다. "만일 대왕의 면전에서 술을 마시게 되면 전후좌우에 법을 집행하는 어사들이 진을 치고 있으니, 두렵고 조심스러워서 한 말 술을 마시기 전부터 이미 취해버립니다. 만일 집안으로 존귀한 객이 찾아와 수시로 예를 갖추어 술을 마시다 보면 두 말에 취합니다. 오랜 벗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흉허물이 없으니 즐거워 대여섯 말은 너근히 마시고요, 만일 마을 축제에 가서 옷깃을 풀어 헤친 채 남녀가 함께 어울려 노래하고 춤추며 질탕하게 마시면 여덟말에도 취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깊은 밤이 되어 주인이 나를 편히 머물게 하여 밤새도록 어떤 구속도 , 어떤 거리낌도 없이 온갖수다를 떨며 마시다보면 열말에도 취하지 않습니다. "
단순한 주량이야기로 들리지만, 순우곤의 말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예의와 절제에서 멀어질수록 술을 많이 마시게 된다는 뜻이었다.
위왕은 그의 말에 걸핏하면 밤새워 술을 마시며 행락을 즐기는 자신의 음주 행태를 바로잡고자 하는 풍간諷諫의 뜻이 있음을 깨달았다. 위왕이 겸연쩍은 얼굴로 말했다. "그것참 일리 있는 말씀이오 !"
위왕이 속뜻을 알아차린 걸 알고는 순우곤이 힘주어 결론을 지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술이 극에 이르면 난잡하게 되고, 즐거움이 극에 이르면 슬픔이 찾아온다 고 했습니다.
이후로 위왕은 밤새워 술을 마시며 즐기는 일이 두번 다시 없었다.
"즐거움이 극하면 외려 슬퍼진다"는 뜻의 낙극생비는 바로 순우곤의 이이야기에서 비롯된 말이다. 지나친 음주를 비롯해 과도한 쾌락을 추구하는 온갖 오락활동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인생의 잔을 부귀와 쾌락으로 가득 채우고 싶은 것이야 누구나 원하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너도나도 잔을 채우기 위해 쉼없이 동분서주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옛 현인들은 우리 인생의 잔은 가득 채우면 엎어지니 주의하라고 말한다. 부귀와 쾌락을 향한 과도한 욕망을 덜어내는것이 과도한 욕망을 덜어내는 것이 인생의 잔을 똑바로 세우는 일이며, 그 안에 담긴 행복의 향기로운 술을 오래도록 즐길 수 있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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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에 관한 글을 좋아한다.. 책을 발견하고 뒤적이다가 .. 이런책에 마음이 늘 건너갔음을 알게된다.
이 책을 왜 이제서야 발견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많이 사랑하는 책이 될 것 같다...
"낙극생비..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슬픔이 생겨난다.."
모든 일이 다 그런 것 같다.
무엇이든 극에 달하면 반드시 내려오게 되어 있다.
사람관계든 일이든 부귀 든 그 무엇이든...
언제부터인가... 좋은 일이 생겨도 크게 말하지 않고 기쁜일이 찾아와도 소문내지 않게 되고... 그러한 것은
아마도 세상의 이치가 그러함을 나이들며 체득된 것이리라.
자연의 이치가 그러하다.. 요즘 한참 장미의 계절이다..
최고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는 장미는 극에 달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다 머지않아 꽃잎을 떨구게 될 것이다.. ..
생명이 있는 것은 다 마찬가지 일것이다.
청년기가 있으면 중년기가 찾아오고 또 노년기가 찾아오고 생로병사의 생을 살아간다.
일도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영원한 것은 그 어느것도 없다.
이치를 알아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어떤 것에든
지나침을 경계하며 살아갈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이다.
크게 좋은일도 없지마는 .. ..아니 그렇게 얘기할 것이 아니다.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책을 읽고 무언가를 적고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일임을 깨달아
매사에 감사함을 잊지 않게 될 것을 순간마다 돌아보아야 할 것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