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림영 2014. 5. 1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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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깜빡이기도 전에 우리는 이미 서로를 파악한다.

 

우리는 말을 하기도 전에 많은 말을 주고받는다. 눈으로, 입술로, 머리를 기울이는 모양으로, 햇살을 기다리다 지친 나무들처럼 몸을 숙이는 모양으로 입을 열기도 전에 모든 이야기를 해버린다.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주고받지 않은 것처럼 행동한다.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는 듯, 말하기 전에 이미 파악한 것들을 부인한다.

 

누구에게나 갈망과 내면의 빛이 있으며, 벗어날 길을 찾는다. 갇히거나 단절될까봐, 벗어났던 어둠 속으로 다시 쫒겨 들어가게 될까 봐 두려워한다.

 

여기에 훌륭한 출발점이 있다. 온갖 칭호와 이력이 우리의 본질을 가리기 전에 다시 끌어올려져 홀로 남고 싶어 함을 자각하는 것이다. 봄 지나 겨울 왔다가 다시 봄이 오는 것처럼 춤추듯 그렇게 살아남고 성장할 때까지 끌어올려져 홀로 남고 싶어함을 자각하는 것이다.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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