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
독일/쇼펜하우어
인간은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데, 이것은 인간만의 고유한 약점이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타인의 견해가 자신의 행복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쉽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왜 타인의 칭찬을 즐거움으로 여기는지 이해한다. 당신의 칭찬은 상대방의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심지어 당신의 칭찬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해도 상대방은 무척 기뻐할 것이다.
사람들은 타인의 칭찬을 들을 때면 다른 일들은 모두 잊은 채 행복해 한다. 다시말해, 칭찬을 듣고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 사람들은 어떤 불이익도 감수할 자세가 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반면에 사람들은 타인에게 칭찬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는 것을 상당히 고통스러워한다.
명예를 추구하는 마음이 ‘좋은 것을 취하고 나쁜 것을 버리는’ 본성에서 출발한다면, 이러한 명예욕은 도덕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런 명예욕이 인류 사회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예욕이란 그저 마음의 안정과 독립적인 지위를 바라는 욕심에서 생겨 난 것으로 인류에게 행복과 해로움을 동시에 안겨준다.
자신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장사에서 손익을 계산하것과는 다르다. 스스로 자신을 정확히 판단한다면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게 될 것이다. 타인의 평가는 감정적인 아부의 말이거나 듣는 이에게 고통을 가져다주는 혹평이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타인의 평가에만 귀를 기울인다면 타인의 감정에 놀아나는 노예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칭찬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쉽게 자기 자신에게 해를 입히기도 하지만 또 쉽게 자신을 위로한다. 그러므로 타인의 평가가 아닌 냉정한 자기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남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은 실제 내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므로 타인의 평가가 우리 인생에 지나치게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실제로는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즉, 타인의 평가가 우리 인생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더 나아가 타인의 눈에 비친 모습대로 내면의 자아를 바꾸려는 사람
들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타인의 평가가 자신의 인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론이 되어버린 타인의 평가는 더는 나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론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대중의 평가는 때때로 매우 편협하고 편파적이며 오해가 난무하는 등 제대로 된 평가가 아닌 경우도 많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깊이 있고 정확하게 다른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즉 타인에 대한 평가에 더욱 신중해야 하며, 타인의 평가에 너무 좌지우지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남의 등 뒤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비난해 왔는가! 비난의 표적이 된 사람이 그 말을 들을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얼마나 그 비난에 동조해 왔던가! 우리는 뛰어난 인물이 바보 취급을 당하고 멸시받았던 몇몇 사례를 알고 있다. 그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타인을 더욱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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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도덕과 법칙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명예 역시 마찬가지다. 진정한 명예는 우리는 인격과 행동, 그리고 마음을 빛내주는 최고의 장식품이다. 즉,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몸에 딱 맞는 옷이다. 하지만 명예는 결코 공공의 이익을 가져오지는 못한다. 허영심과 체면 위에 세워진 명예는 사상누각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거짓된 명예는 언젠가 말라비틀어진 꽃처럼 퇴색되고 만다. 아름다운 색깔과 윤기를 잃고 변하기 마련인 것이다.
명예란 떨어진 옷에 덧댄 가장 선명한 헝겊조각이다.
책 철학의 즐거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