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마, 탸샤튜더/베서니 튜더/윌북
엄마는 더운 오후가 되면 우리를 데리고 강으로 내려갔다. 가마귀와 고양이와 개들이 우리 뒤를 따랐다. 강변의 모래밭은 즐거운 놀이터였다. 모래성을 만들고, 움푹하게 샘을 파서 송사리를 잡아다 담아놓기도 했다. 에프너가 진흙 파이를 만들면 까마귀들이 날아와 쪼아 먹었다.
정말 아름다운 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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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티 타임을 교육에 활용하기도 했다. 우리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스케치하는 걸 가르쳐주셧고, 에프너와 나, 그렇게 셋이서 바느질이나 뜨개질 할 때도 많았다.
차를 마시며 기운을 차린 다음에는 다시 잡초를 뽑고 모두 힘을 합쳐 가축들의 먹이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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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아침이 밝으면 아빠는 5시 30분에 일어나 여섯 개의 장작 스토브에 불을 피웠는데, 난방로를 설치하기 전까지는 그런대로 집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우리는 스토브 뚜껑이 달그락거리고 타닥타닥 불이 일어나는 소리에 잠을 깼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벽난로에는 안에 넣은 선물이 위까지 솟아올라 불룩한 양말이 걸려 있었다. 산타클로스는 우리에게 늘 한없이 너그러웠다! 해가 중천에 뜰 무렵에나 집에 온기가 돌았기 때문에 우리는 조심스레 양말을 챙겨들고 부모님의 침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선물을 꺼내보며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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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우리를 위해서도 근사한 생일 파티를 열어주셨다. 나는 여름에 태어났기 때문에 보통 숲속에서 파티를 했다. 엄마의 책<베키의 생일>에 묘사된 그대로였다. 엄마는 숲속에 생일파티 테이블을 아름답게 꾸몄다. 케이크는 강물을 타고 우리가 있는 장소까지 둥둥 떠내려왓다. 진짜 꽃으로 장식한 사랑스러운 케이크였다. 어느 해에는 마분지로 만든 인형의 집을 선물로 받았는데 그 집에는 사무엘과 사만다 더클링이 살았다....
..차가운 바람에 눈송이가 흩날릴 때 아늑한 집 안에서 기념하는 추수감사절은 무척이나 따뜻했다. 친구나 사촌들은 하루 앞서 도착해서 다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농장 안팎에는 늘 해야 할 일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겨울에 쓸 장작을 패고 헛간을 정리하고 텃밭을 치울 일손이 늘어나는 건 언제나 반가었다. 집안에는 여자들이 엄마를 도와 추수감사절에 먹을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었다. 엄마는 아이들이 부엌을 드나들 때면 늘 먹을 것을 넉넉하게 챙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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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려서부터 천 자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지금이야 알려고만 하면 책은 물론이고 직접 가르쳐줄 사람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엄마가 어렸을 대는 그런 정보를 얻기가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엄마는 천 자기를 익히겠다고 마음 먹었고, 아주 오래된 옛날 책자 한 권을 참고한 것을 빼면 거의 혼자 독학으로 터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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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사랑스러운 숲속 집에 발을 들이면 누구나 평화롭고 차분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엄마를 직접 만나 이야기라도 나누게 되면 따듯한 품성에 반하고야 말았다. 긍정적이고 지적이며 창의적인 엄마는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기운을 나눠 주었고, 아직도 이 세상이 아름다움으로 충만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타샤튜더가 우리 엄마라는 사실은 나를 포함한 네 남매와 우리 아이들에게도 엄청난 행운이고 축복이었다.
엄마는 자연을 이루는 수많은 아름다움을 기쁜마음으로 감사하고, 작고 여린 꽃과 동물들을 아겼다. 나는 엄마가 진정한 행복의 비밀을 알아 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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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탸샤튜더’ 그분의 딸이 엄마를 추억하며 쓴 글이다.
간간이 실린 사진을 들여다 본다. 너무나 온화해 보이는 그분의 표정에서 그녀의 삶이 그림처럼 보인다.
아이들이 잘 자라려면 따뜻한 품성을 지닌 엄마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다 커버린 요즘 뒤늦은 후회를 하며 나는 스님말씀을 매일 들으며 마음공부를 하고 있다. 이제라도 내 마음을 돌보며 수행을 시작한 것이다. 얼마 전 부터는 아침마다 백 팔배를 시작했다.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는 마음은 버리고 그저 감사하고 감사하다고 절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이다.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내 모습은 두고 아이들만 나무랄 수가 없는 것이다. 말투도 행동도 모든 것을 따뜻하게 하려니 내겐 수행인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아름답게 살고 싶다. 평화롭게 평온하게 삶을 이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