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참새/이반 투르게네프/이영철

다림영 2013. 12. 13.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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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냥을 갔다와서, 정원 장림을 거닐고 있었다. 개는 저만치 나를 앞서 달리고 있었다.

갑자기 개가 종종걸음을 치더니 무슨 냄새라도 맡은 듯 가만가만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나는 길쪽을 바라보다가, 부리가 노랗고 머리 위에 솜털이 난 새끼 참새 한 마리를 발견하였다. 보금자리에서 떨어진 것이었다.(바람은 모질게 불어 자작나무를 흔들고 있었다)그리고 새끼 참새는 몸을 움츠린 채 아직 부실한 날개를 함부로 치고 있었다.

 

개가 새끼 참새 있는 데로 가까이 이르렀을 때 , 돌연 곁에 있는 나무 위에서 목이 까만 어미 참새가 개의 코앞으로 마치 돌멩이처럼 날아 내려왔다. 그리고는 전신을 벌벌 떨면서, 가엾게도 절망적 부르짖음을 외치고, 흰 이빨이 드러나 보이는 개의 입을 향해 e 세번 날면서 덤벼들었다.

 

그는 구원해 내고자, 자기의 몸으로 새끼를 감싸 준 것이었다.... 그러나 작은 몸뚱이는 공포로 인하여 벌벌 떨고 있었으며, 목소리는 이상하게도 쉬어 있었다. 공포에 떨면서도, 그는 자기 몸을 내던졌던 것이다.

 

그의 눈에는 개가 굉장히 큰 괴물로 보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안전한 높은 가지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엇다. 그 의지보다도 강한 힘이 그를 날아 내려오게 하였던 것이다.

 

나의 토레솔은 우두커니 서 있었는데,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도 또한 이 힘을 인정한 모양이었다.

나는 급급히 몸둘 곳을 몰라 하는 개를 불러 가지고 경건한 생각에 잠겨 그 자리를 떠났다.

 

그렇다. 웃을 일이 아니다. 나는 이 작고 비장한 새에 대하여, 그 사랑의 충동에 대하여, 확실히 경건한 생각에 잠겼었다.

나는 생각하였다. 사랑은 죽음보다도, 죽음의 공포보다도 강하다. 오직 그것에 의해서만, 사랑에 의해서만 , 인생은 유지되어 나가고, 진보되어 나가는 것이라고.(투르게네프 산문시)

 

-세계의 명 수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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