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글

자신 속에 고향을 갖기/해세

다림영 2013. 11. 1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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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 저녁 사이에 낮이 있듯이, 나의 삶도 여행에 대한 충동과 고향을 그리는 향수 사이에서 흘러가고 있다.

아마 나는 언젠가 여행과 먼 곳이 내 영혼 속에 자리할 때까지 나아갈 것이다. 그리하여 굳이 현실화할 필요도 없이 그 영상들은 내 안에 남아 있을 것이다. 또 어쩌면 나는 언젠가 고향을 내 안에 간직하게 될 것이다. 그때는 정원이나 붉은 칠을 한 조그마한 집 따위를 탐내는 일도 없을 것이다.

 

자기 안에 고향을 갖는다는 것! 그럴 때 삶은 얼마나 달라질 것인가! 그러면 중심이 설 것이고, 그 중심으로부터 모든 힘이 뒤흔들리며 솟구쳐 나올 것이다. 그러나 그런 중심이 내 삶에는 없다. 오히려 수많은 열정의 극과 극 사이를 주저하면서 스쳐 지나가고 있다. 여기 고향에 남아 있고 싶은 동경이 이는가 하면, 저기 여행길을 떠나고 싶은 동경이 일기도 한다. 여기서는 수도원에 들어가 고독하게 머물고 싶은 갈망이 이는가 하면, 저기선사랑을 하면서 공동 생활을 하고 싶은 충동이 인다!

 

나는 책과 그림들을 수집했다가 다시 그것들을 남들에게 주어 버렸다. 나는 한때는 사치그섧고 부도덕한 생활을 했다가, 그것에서 벗어나 금욕과 고행의 길을 떠났다.

 

나는 삶에 대해 신뢰를 갖고 그것을 본질로 살고 존중했다. 그러면서 또 그것을 살아가는 기능으로 인식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나를 다르게 바꾸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기적만이 할 수 있다. 기적을 찾으려는 사람, 그것을 현실로 만들려는 사람, 그 기적이 일어나도록 도우려는 사람에게서 기적은 달아날 뿐이다.

 

내가 하는 일은 다만, 팽팽하게 긴장된 수많은 대립들 사이를 오가면서 , 만약 기적이 내게 다가오려고 서두르면 그것에 대비할 뿐이다. 내게 다가오려고 서두르면 그것에 대비할 뿐이다. 내가 하는 일은, 만족하지 못하고 안정을 얻지 못하는 고통을 겪는 일이다.

 

녹색의 초목에 둘러사인 붉은 집이여! 나는 이미 너를 체험했다. 그러니 너를 또 한 번 체험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나는 이미 한때 고향을 가졌었다. 나는 한 채의 집을 짓고 벽과 지붕을 측량했었다. 그리고 정원에 길을 내고, 방 안에는 벽에 몇 개의 그림을 걸었었다. 누구나 그렇게 하고 싶은 충동을 지닌다.

 

내 소망 가운데 많은 것들은 삶 속에서 충족되었다. 나는 시인이 되고 싶었는데 시인이 되었다. 집을 한 채 갖고 싶었는데, 결국 집을 한 채 지었다. 나는 아내와 아이들을 갖고 싶었다 그 소망도 이루어졌다. 나는 사람들에게 말을 하고 그들에게 영향을 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충족된 모든 소망은 빠르게 포만감과 싫증으로 변했다. 싫증나는 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시를 쓰는 일조차 내게는 의심스러워졌다. 집은 내게 비좁게 느껴졌다. 내가 도달한 목표 가운데 그 어느것도 진정한 목표가 아니었다. 내가 가던 모든 길은 돌아가는 길이었으며, 모든 휴식의 끝에 남은 것은 결국 또 다른 동경뿐이었다.

 

많은 길을 나는 또다시 돌아서 갈 것이다. 수많은 것이 충족되겠지만 그것들은 나를 여전히 실망시킬 것이다.

모든 것들은 한때 그 의미가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대상들이 해체되는 그곳에 열반이 있다.

그러나 내게는 아직도 환하게 불타오르고 있다. 동경에 대한 애착을 간직한 별들이 발산 하는 빛이.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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