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밤, 기린의 말/김연수 박완서외 소설/동화출판사
소설을 읽는 날들이다.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비롯해서 단편들이 묶인 책이다.
재미있게 읽었다. 앞으로도 나는 한 몇 년 푹 빠져 지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얘기한다. 너무나 모르고 너무나 부족하고 하염없이 거시기한... 나임을 알게 되었다.
오늘도 인터넷을 조금 줄이며 책읽기에 매진할 것을 다짐하며..
“그런 것들을 말 안 하고도 서로 척척 알아맞혔다니까요.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서로 그렇게 텔레파시가 통하게 돼 있는 거 아닌가요. 연애도 아마 그 재미에 했을거요. 그게 안 통하고 부터 우린 서로의 사랑을 의심했고 같이 살 까닭도 못 느끼게 된 거죠.
우린 더 이상 대화를 계속할 수가 없었다. 벽창호끼리 마주 앉은 느낌이었다.
그날 밤 남편한테 세미한테 듣고 온 그 말도 안 되는 이혼사유를 말해 줬더니 그가 말했다. 남자들의 뇌는 결국 엄마 닮은 여자가 마음 편하게 돼 있다더니 맞는 말이구만. 곰처럼 무뚝뚝하고 둔한 어미에게 질려서 아들이 여우같은 여자에게 끌렸을 거라고 말할 때는 언제구. 이집에서 못된 바람은 다 나에게로 불어온다. 대답대신 큰소리로 하품을 했다. 걷잡을 수 없이 잠이 밀려왔다. 자야겟다. 누가 업어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코 골며, 아, 아 간간이 신음하며. 남편이 관찰한 나의 자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도 나의 꿈속은 들여다보지 못한다.“
-박완서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중에서-
선생님의 글은 언제나 선생님의 추억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나 또한 추억을 들여다 보며 글을 짓는다. 허황된 이야기를 만들지 못한다. 상상력이 풍부하지 못하고 잘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이지만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