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라, 남자/김광화
농부 김광화의 몸 살림, 마음 치유 이야기
김광화 :1957년 경북 상주 출생.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부천실업고 교사로 일함. 1996년 서울생활정리 경남 산청에서 간디공돛에를 꾸림 . 다시 2년후 무주로 귀농 <굴렁쇠><귀농통문><웰빙카이프><신동아>등에 농사, 교육, 부부연애, 치유에 관한 글을 연재. 정농회 회원.
본문 중에서
몸 버릇 고치기
"몸이 보내는 신호에 마음이 열리자 몸과 마음은 서로 더 관심을 갖는다. 한번은 아침을 먹는데 잇몸이 시큰시큰했다. 아니, 이럴수가! 무엇이 잘못된걸까. 당장 내 몸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탈이 난 곳은 왼쪽 어금니 쪽이었다. 밥을 먹으며 찬찬히 내 몸짓을 있는 그대로 살폈다.
밥이 입에 들어가자마자 왼쪽 어금니로 간다. 밥뿐 아니라 , 김치도 왼쪽으로, 딱딱한 멸치 반찬도 왼쪽으로, 멸치처럼 딱딱한 것일수록 왼쪽 어금니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었다.
나만 그런가? 우리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아이들은 오른쪽, 왼쪽 골고루 씹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쪽으로 씹는 버릇이 굳어진 셈이다. 게다가 양치를 하는데 무의식적으로 칫솔이 왼쪽보다 오른쪽으로 먼저 가는게 아닌가. 힘든 일은 왼쪽 잇몸이 주로 하는데, 보살핌은 오른쪽 잇몸이 먼저 받으니 탈이 날 밖에.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무리하던 왼쪽 잇몸이 아픔을 호소하기 시작한 셈이다.
보통 치아는 나이 마흔이 넘으면서부터 노화가 시작된단다. 그러니 씹는 힘도 약해지게 마련, 나이가 들수록 힘껏 씹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마음대로 씹는게 아니라 '이대로' 씹어야 한다.
몸이 불균형하면 마음도 불균형하게 마련이다. 몸이 쉽게 피로할 뿐아니라 마음도 여유가 없고 자주 흔들린다. 목이 뻣뻣할 대 나를 돌아보면 세상을 두루 보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집착하고 있다. 등이 구부정하고 허리가 굳을 때는 삶의 책임감에 짓눌려 있기 십상이다. 마음은 남에게 숨길 수 있어도 몸은 숨길 수가 없다. 남이 나를 보기전에 나 스스로 먼저 알아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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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하는 살림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함께 살리는 지름길이다. 돈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보험보다 일상에서 자신을 살리는 살림이야말로 진정한 노후 보험이 아닐까. 일상을 소중히여기며 살림살이를 잘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새삼 위대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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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를 떤다'고 한다. '떤다'는 흔들림. 진동이다. 한쪽이 막혀있거나 굳어 있다면 떨림은 지속되기 어렵다. 그러니 수다는 서로 주고받는 울림이어야 한다. 혼자만의 넋두리나 잘난 강의가 아니라 눈빛을 교환하고 서로에게 공감하며 새로운 이야기에서 이야기로 뻗어갈 때 생기는 떨림. 그러니 서로간에 그런 떨림을 줄 수 없는 수다는 소음일 뿐이라는 생각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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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산에 오를 때는 온 몸의 감각을 열어두어야 한다.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며, 발끝을 살피고, 몸에 닿는 나뭇가지 느낌까지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다 자칫 교만하게 굴면 곧바로 그 대가를 치르고야 만다. 반면 나를 낮추고 온전히 열어두면 산은 나에게 더 없는 풍요를 가져다 준다. 더불어 나는 산에서 배운다. 야성은 진정한 겸손이며, 참된 겸손은 야성의 또 다른 이름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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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일이든 그런 것 같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하면 똑 같은 일이어도 견딜 만하다. 반면에 마지못해 따라하면 그만큼 몸이 축나고, 마음에는 찬바람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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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이 자기 존엄성을 잃어버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는 절망감도 큰 이유가 된다. 젊은이는 말할 것도 없고 노인들도 할 일이 없으면 자신을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쓸모없는 존재라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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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달라고 한다고 다 갈 수는 없고, 충전해가면서 가는 거지. 그런데 중요한 건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하면 금방 기가 빠져. 내 것만 소모하니까 금방 죽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기가 안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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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알 수록 삶의 여유도 찾게 된다. 때는 고정된 그 무엇이 아니다. 흐름의 순간들이다. 급하게 해야 하는 일은 대부분 시간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흐름은 정해진 게 아니고 무르익어 가는 과정이다. 도끼질이면 틈이 벌어질 수록 일이 쉽다. 그만큼 여유도 늘어난다. 많고 많은 기회가운데 가장 무르익은 때야말로 온전한 기회이자 여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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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억지로 하지 않아도 스스로 그러함이다. 잠자리 다리가 얼마나 가는가. 우화할 때 그 다리가 딱딱하게 굳어 있다면 껍질을 빠져나올 수 없으리라. 억지로 나오다가는 자칫 하면 부러질 것이다. 딱딱한 곳을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부드러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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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얘기가 아름답다.
쉽지 않은 삶이지만 단순한 노동속에서 의미를 찾고
자연처럼 순수하게 때로 굳은의지로 순응하며 사는 이들의 모습이 존경스럽다.
그들을 말씀에 귀를 열고 한껏 받아들인다.
가다보면 다시 잊고 말기도 하겠지만 거듭 읽고 메모하고 생각하다보면 나도 그러한 이의 그림자를 밟을 수 있을 것이다.